1960년대 서울
1960년대의 서울은 한국의 경제성장과 산업 성장이 대중의 일상에 들어왔음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물리적 장소이자 사회적 공간이다. 1950년대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이 복구되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생활양식과 주거양식, 그리고 새로운 의식의 양상이 나타났다. 다시 말해, 서양문화사에서 개인의 사적 공간이 근대적 주체와 개인을 낳았듯이 1960년대의 서울 역시 한국문화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개인을 탄생시켰다. 이 개인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한국전쟁 이후 아무런 희망도 없었던 한국사회에 60년대 들어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시작한다. 비록 그것이 외부의 원조와 국내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구조 속에서 이루어졌더라도, 일을 하면 먹고살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은 경제발전과 도시화가 만들어낸 성공의 서사였다. 하지만 급격한 경제성장은 과잉, 경쟁, 불평등, 범죄, 소외 등의 부작용을 가져왔고, 문학은 이러한 양상을 반영하게 된다. 그것이 소위 도시 문학이라는 것인데, 지식인과 작가들의 삶의 터전이 시골에서 도시로 급격하게 변했고, 그것으로 인해 느끼는 자기모멸과 자본주의 세계에서의 소외 혹은 외로움과 같은 서사들이 문학의 중심부로 오르게 된 것이다. 김승옥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승옥이 196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남을 수 있었던 것도,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의 모습과 정신을 누구보다 적확하게 소설에 담았기 때문이다. 김승옥은 자신의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도시에서 떠나지 못하는 의식세계를 담고 있다. 「무진기행」의 윤희중은 무진으로 돌아가서 며칠을 머물다 다시 환멸을 느끼고 돌아오고 「역사」에서 매일 밤 돌을 지고 나르는 서 씨의 노스탤지어적 행위의 반복 역시 도시생활에 대한 양가적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소설 속 인물들이 서울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서울은 거의 유일하게 개인이 성공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김승옥은 이를 「1964년 겨울」에서 ‘욕망의 집결지’라는 말로 압축하여 제시한다.
언제부터인가 나에게 ‘60년대 작가’라는 별칭이 붙어다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이제 보니 이 카테고리야말로 1960년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내가 써낸 소설들은 한낱 지독한 염세주의자의 기괴한 독백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60년대라는 조명을 받음으로써 비로소 소설들은 일상적인 모습으로 동작하는 것이다.
김승옥, 『김승옥 소설전집 1, 무진기행』, 문학동네, p.8
작가 본인은 또한 이런 말을 했는데, 1960년대의 서울에 대한 인식을 그는 ‘지독한 염세주의’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당시의 도시는 모든 욕망이 집결해 있지만 그곳에서 쉽게 행복할 수 없고, 그렇다고 다시 시골로 돌아갈 수도 없는 양가적 감정들이 담겨있는 것이다.
댓글